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영어를 배웠고, 이메일도 쓰고 기사도 읽을 수 있어요. 그런데 외국인 동료가 말을 걸면 머릿속이 하얘져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에요. 한국어와 영어는 문장을 조립하는 순서부터 소리를 만드는 방식까지 거의 모든 층위에서 반대 방향을 보고 있어요. 읽을 때는 그 차이를 천천히 메울 수 있지만, 말할 때는 그럴 시간이 없어요.
가장 큰 차이는 동사의 자리예요. 한국어는 동사가 맨 끝에 와요. 저는 어제 회의에서 그 자료를 팀장님께 드렸어요라고 말할 때, 무엇을 했는지는 마지막 순간에 정해도 돼요. 영어는 I gave the file to my manager at the meeting yesterday처럼 주어 바로 뒤에 동사를 내놓아야 해요. 말을 시작하자마자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셈이고, 한국어로 생각을 끝까지 정리한 다음 뒤에서부터 옮기려고 하면 첫 단어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요.
두 번째는 생략이에요. 봤어요? 네, 봤어요. 누가 무엇을 봤는지 말하지 않아도 대화가 통하죠. 영어는 Did you see it? Yes, I saw it.처럼 주어와 목적어를 매번 채워요. 한국어에서는 골라 써도 되는 것이 영어에서는 의무인 경우도 많아요. 한국어의 -들은 붙여도 되고 안 붙여도 되지만, three apples의 -s는 빠지면 틀려요. 관사 a와 the, he works의 -s도 마찬가지예요.
세 번째는 공손함을 담는 그릇이에요. 한국어는 존댓말을 동사 어미에 담아요. 커피 주세요는 충분히 정중한 말이에요. 그런데 이것을 그대로 옮긴 Give me a coffee는 영어에서 명령처럼 들릴 수 있어요. 영어는 공손함을 어미가 아니라 Could I get a coffee? 같은 조동사와 질문 형식에 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소리가 있어요. 한국어 ㄹ 하나가 영어 r과 l 두 소리를 맡고, f, v, z, th는 한국어에 아예 없어요. 또 한국어는 한 음절 안에 자음을 겹쳐 발음하지 않아서 자음이 몰린 곳에 주로 으를 넣어요. 영어로 한 음절인 strike가 스트라이크에서는 다섯 음절이 되죠. 이런 습관은 단어 하나보다 문장 전체의 리듬을 바꿔요.
아래에서는 이 지점들을 하나씩 짚어요. 영어처럼 보이지만 영어가 아닌 콩글리시, 한국어 소리 체계에서 출발하는 발음 교정, 한국어 문법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영어 문법, 그리고 한국어 단어 하나가 영어 여러 단어로 갈라지는 기초 어휘까지 다뤄요.
PollyStop에서는 A1부터 C1까지 내 수준에 맞는 짧은 영어 이야기를 매주 새로 읽고, 모르는 단어나 문장을 누르면 바로 한국어 뜻을 볼 수 있어요. 모든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녹음되어 있어 들으며 따라 말할 수 있고, 단어는 플래시카드에, 문장은 Phrases에 저장해 복습해요. 말할 때 얼어붙는 분이라면 음성 튜터 Polly와 소리 내어 대화해 보세요. Polly는 그동안 연습한 내용을 기억하고, 틀린 곳을 부드럽게 고쳐 주고, 그 실수를 복습 카드로 만들어 줘요.
문장을 누르면 번역과 문법 설명, 예문이 나옵니다.
전체 페이지 번역을 켜면 한국어 번역과 영어 원문을 나란히 읽을 수 있습니다.
단어별 하이라이트와 함께 이야기를 들으면 발음과 읽기 속도가 좋아집니다.
한국어에는 영어에서 들어온 외래어가 아주 많고, 그중 상당수는 한국에 자리 잡으면서 뜻이나 모양이 바뀌었어요. 한국어 안에서는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말이라 영어로도 통하리라 믿기 쉽지만, 영어 화자에게는 다른 뜻이거나 아무 뜻도 없는 말로 들려요. 특히 직장에서 자주 나오는 것부터 정리했어요.
짧은 것도 몇 개 덧붙여요. 자동차 핸들은 steering wheel, 백미러는 rearview mirror, 샤프는 mechanical pencil, 콘센트는 미국 영어로 outlet이에요. 매니큐어는 바르는 제품이면 nail polish이고, manicure는 손톱 관리 자체를 말해요. 아이쇼핑은 window-shopping, 모닝콜은 wake-up call이에요. 모두 한국어 안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말이라서 오히려 영어에서 틀린 줄 모르고 계속 쓰게 돼요.
한국어 화자의 영어 발음 습관은 한국어 소리 체계에서 거의 그대로 예측돼요. 외래어 표기를 보면 그 습관이 글자로 드러나 있어요. 원인을 알면 하나씩 고칠 수 있어요.
r과 l. 한국어 ㄹ은 하나의 소리지만 자리에 따라 모양이 바뀌어요. 나라처럼 모음 사이에서는 혀끝을 잇몸에 가볍게 튕기고, 달처럼 받침에서는 혀끝을 붙여요. 한국어에서는 이 차이가 뜻을 가르지 않으니 right와 light가 모두 라이트로 적혀요. 영어 l은 이미 가진 소리예요. 빨리, 슬라이드의 ㄹㄹ처럼 혀끝을 붙인 채 내면 돼요. 영어 r은 혀끝이 어디에도 닿지 않아요.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혀를 뒤로 당긴 채 red, rice를 말해 보세요.
f와 p, v와 b. 한국어에는 f와 v가 없어서 ㅍ과 ㅂ으로 바뀌어요. coffee와 copy가 커피, 카피로 둘 다 ㅍ이고, 팬 한 단어가 fan도 되고 pan도 돼요. very를 베리라고 하면 berry와 구분되지 않아요. 고치는 열쇠는 입 모양이에요. 윗니를 아랫입술에 가볍게 대고 그 틈으로 바람을 내면 f, 같은 자세로 목을 울리면 v예요.
z와 j. z도 없어서 주로 ㅈ으로 바뀌어요. zealous와 jealous가 같아지는 이유예요. z는 s를 낼 때의 혀 위치 그대로 목만 울리는 소리라서,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길게 내 보면 감이 와요.
두 가지 th. 외래어 표기가 답을 보여 줘요. 무성음 th는 ㅅ이 되어 think tank의 싱크와 부엌 싱크대의 싱크가 같은 글자예요. 유성음 th는 ㄷ이 되어 they와 day가 같아져요. 혀끝을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살짝 내밀고 그 틈으로 바람을 내보내세요. 과장된 느낌이 들어야 맞게 하고 있는 거예요.
자음 덩어리와 으. 한국어 음절은 첫소리에 자음을 하나만 둘 수 있고, 받침도 실제로 소리 나는 건 하나뿐이에요. 그래서 영어 자음 덩어리를 만나면 사이사이에 주로 으를 넣어 음절을 새로 만들어요. 세 음절인 McDonald's가 맥도날드에서는 네 음절이 되고, 한 음절인 strike는 스트라이크로 다섯 음절이 돼요. 영어 화자에게 이 모음은 또렷한 음절로 들려서 단어의 윤곽이 달라져요. street, drink, desk를 모음 없이 한 번의 숨으로 붙여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받침 뒤에 붙는 모음. 한국어 받침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ㅇ 일곱 소리로만 발음돼요. 그래서 bus는 버스, church는 처치, page는 페이지처럼 끝에 모음이 붙어요. 영어는 이런 소리로 단어를 끝낼 수 있으니 마지막 자음에서 소리를 멈추세요. 받침에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분도 없어서 bag과 back이 둘 다 백이에요. 영어에서 이 차이는 주로 모음 길이로 들려요. bag의 모음을 back보다 길게 끌면 상대가 제대로 알아들어요.
모음. 한국어 ㅣ 하나가 영어 두 모음을 맡아서 ship과 sheep, live와 leave가 섞여요. sheep은 입꼬리를 당겨 길고 팽팽하게, ship은 짧고 힘을 빼서 내요. 또 표준 발음은 ㅐ와 ㅔ를 구분하지만 실제로는 두 소리를 똑같이 내는 사람이 많은데, 영어에서는 이것이 bad와 bed, man과 men을 가르는 차이예요. bad는 턱을 훨씬 크게 내려요.
강세와 리듬. 서울말에는 단어마다 정해진 강세가 없고 음절을 비교적 고르게 내는 편이에요. 영어는 강세 받는 음절을 길고 크게, 나머지는 약하게 줄여요. banana를 바나나처럼 세 음절을 똑같이 말하면 어색하고, 가운데만 힘을 주고 앞뒤는 약한 어에 가깝게 줄여야 해요. 강세가 뜻을 바꾸기도 해서, 앞에 강세가 있는 present는 선물이라는 명사, 뒤에 있으면 주다, 발표하다라는 동사예요.
동사를 앞으로. 한국어는 주어, 목적어, 동사 순서이고 영어는 주어, 동사, 목적어 순서예요. 꾸미는 말의 위치도 반대예요. 한국어는 어제 만난 사람처럼 꾸미는 말이 명사 앞에 오지만, 영어는 the person I met yesterday처럼 명사를 먼저 말하고 설명을 뒤에 붙여요. 긴 문장일수록 영어는 핵심을 앞에 두고 뒤로 늘려 간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은/는은 주어가 아니에요. 한국어 은/는은 화제를 꺼내는 표지라서, 카페에서 저는 커피요라고 하면 저에 대해 말하자면 커피라는 뜻이 돼요. 이걸 그대로 옮기면 I am coffee가 되는데, 영어로는 내가 커피라는 말이에요. 맞는 표현은 I'll have a coffee예요. 코끼리는 코가 길어요처럼 화제와 주어가 따로 있는 문장도 영어에서는 Elephants have long trunks처럼 동사를 바꿔 하나의 주어로 정리해야 해요.
생략할 수 없는 주어. 한국어는 문맥으로 알 수 있으면 주어와 목적어를 빼요. 영어는 빼지 않아요. 어제 봤어요는 I saw it yesterday예요. 날씨처럼 주어가 딱히 없는 문장에도 it을 채워야 해서, 비 와요는 It's raining이에요.
관사와 복수. 한국어 -들은 선택이고, 사과 세 개처럼 숫자가 있으면 오히려 잘 붙이지 않아요. 영어는 셀 수 있는 명사가 둘 이상이면 반드시 -s를 붙여요. I have many friend가 아니라 I have many friends예요. 또 셀 수 있는 명사를 하나만 말할 때는 맨몸으로 두지 않고 a, the, my 같은 말을 앞에 붙여요. 한국어로는 차 샀어요로 충분하지만 영어는 그 차가 처음 이야기에 나오는 차인지까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셈이에요. I bought car가 아니라 I bought a car예요.
-었-과 현재완료. 한국어 -었-은 끝난 일과 그 결과로 지금 이어지는 상태를 함께 담아요. 저 결혼했어요는 결혼식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기혼이라는 뜻이죠. 영어로는 I married가 아니라 I'm married예요. 가 본 적 있어요?는 Have you ever been?이고, 알고 있어요는 진행형이 아니라 I know예요. know, like, want 같은 상태 동사는 보통 진행형으로 쓰지 않아요.
주어에 따라 바뀌는 동사. 한국어 동사는 주어가 누구든 모양이 같아요. 영어는 현재형에서 주어가 3인칭 단수면 -s가 붙어요. My manager work late가 아니라 My manager works late예요.
존댓말 대신 조동사. 영어에는 존댓말 어미가 없어서, 공손함을 could, would, 질문 형식으로 표현해요. 보고서 보내 주세요를 Send me the report로 옮기면 지시처럼 들려요. Could you send me the report?가 한국어 존댓말의 온도에 가까워요. 반대로 you는 한국어 당신과 달리 상대를 가리지 않는 중립적인 말이라서 상사에게 써도 전혀 무례하지 않아요.
부정 질문에 대한 대답. 한국어 네는 상대의 말이 맞다는 뜻이고, 영어 yes는 내 문장이 긍정이라는 뜻이에요. 안 매워요?에 네, 안 매워요라고 답하던 습관대로 Yes라고 하면 맵다는 말이 돼요. 영어로는 No, it's not spicy예요. Aren't you coming?에 안 간다면 No, I'm not이에요. 헷갈리면 yes나 no 뒤에 짧은 문장을 꼭 붙이세요.
사전에서 한국어 단어를 찾으면 영어 단어 하나가 나오지만, 매일 쓰는 한국어 단어는 상황에 따라 영어 여러 단어로 갈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영어 단어 하나가 한국어 여러 단어를 한꺼번에 덮기도 해요. 일상에서 바로 쓰는 말부터 정리했어요.
이 단어들은 각각 따로 외우기보다 장면과 함께 기억하는 편이 오래가요. 택시를 타면서 get in, 버스를 타면서 get on을 입으로 한 번 말해 보는 것만으로도 다음에 같은 장면에서 그 단어가 먼저 떠올라요.